어윈 올라프, 팜 스프링

Erwin Olaf, Palm Springs

SEP 5,  2019 - OCT 6, 2019

네덜란드는 올해로 60세 생일을 맞이한 어윈 올라프(1959~, 네덜란드)를 위해 중요한 전시들을 기획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헤이그 시립미술관에서 대대적으로 열린 그의 회고전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기록을 남겼다. 이에 미술관 측은 전시를 1개월 더 연장하는 등 유럽에서 그의 인기를 가히 실감케 하였다.  네덜란드 최고의 국립 미술관 라익스 Rijksmuseum 는 어윈 올라프의 작품을 500점 넘게 소장하고 올해 7월 3일부터 9월 22일까지, 렘브란트, 요하네스, 얀 스테인 등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회화작품과 어윈 올라프의 사진작품을 나란히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 영상이라는 현대적 매체로 네덜란드 미술사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어윈 올라프의 이름을 역사에 올리는 의미 심장한 전시회다. 전시 오프닝에는 암스테르담 시장이 참석하여 네덜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사자 기사작위 훈장을 작가에게 수여했다 (a Knight in the Order of the Dutch Lion). 이 전시는 2020년 뮌헨 미술관을 시작으로 전 세계 순회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한국 개인전에서는 현재 릭스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 가운데 렘브란트 작품과 나란히 걸린 80년대에 제작한 흑백 사진작품 2점도 함께 선보인다. 

  

 어윈 올라프의 최신작 ‘Palm Springs 팜 스프링스(2018)’는 변화를 겪고 있는 대도시들에 관해 2012년부터 제작한 로케이션 시리즈 ‘Berlin 베를린(2012)’과  ‘Shanghai 상하이(2017)에 이은 마지막 작이다.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인간의 나약함에 관해 탐구해 온 어윈 올라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완벽한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균열이다.”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자리한 화려한 고급 휴양지로, 헐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나 유명인사들이 빈번하게 왕래하는 곳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천국과 같은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를 배경으로 어윈 올라프는 미국의 인종 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의 사회, 정치적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팜 스프링스 시리즈와 함께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The troubled (2016)’는 2015년 11월 바타클랑(Bataclan) 극장을 포함한 프랑스 파리 시내 여러 곳에서 일어났던 무차별 테러 사건에 대해 작가의 비판적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대형 영상 설치작품이다. 15개의 스크린 화면에는 클로즈업 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의 인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서서히 변화하는 각 인물들의 표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감정은 불안, 괴로움, 분노와 연관되어 있다. 속수무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버린 반인륜적 테러행위에 대해, 무기력한 다수의 소리 없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실로서의 테러 사건에서 삭제된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과 표정을 소리 없는 외침으로 시각화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 시청의 파사드 작품으로 2017년 팔레드 토쿄 수석 큐레이터 Jean De Loisy 의 기획으로 전시된 바 있다